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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런 책

페미니스트 리베카 솔닛의 회고록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by 북몽키 2022. 10. 28.

리베카 솔닛의 회고록을 읽어보았다. 이 책이 내가 읽어보는 저자의 첫 책이다. 

현대의 페미니즘 최고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작가의 회고록은 폭력이 가득한 일상에서 그녀가 어떤 일들을 겪었고, 그것을 견뎌내기 위해 어떤 요령을 습득했으며 어떻게 책으로 도피했고 또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가로 진행된다. 말 그대로 그 시절을 회상하는데 지나지 않아 이 책을 다 읽고서 어떨지 알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도 한때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고 억압과 폭력이 일상이었던 시간, 저자의 말마따나 비존재로서 살았던 시간이 있었다. 이 책은 그 시절을 회고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불편했다. 책 내용이 그렇다기보다는 '페미니즘 책'이라는 것을 볼 때 늘 느끼는 감정이다. 솔직히 나는 어떤 책을 '페미니즘 책'이라고 특정 지어 단정하는 것부터가 불편하다. 마음을 열지 못한 누군가의 마음을 차단하는 역효과가 분명 있다고 생각해서다. 아무리 시대나 환경이 달라도 여자로서 살아가면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있음에도 이 책을 읽고 불편할 사람들에 대해서도 자꾸 생각하게 되니까 편하지 못한 거다. 

“이 책은 내가 걸려 넘어진 돌들로 지은 성입니다.”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여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선대의 많은 여성들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식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소음들은 당연히 불편하지만 변화에 있어 이런 문제들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신을 해친 무언가를 향해 다가가기도 하고, 그로부터 멀어지기도 하고, 그 주변을 맴돌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다른 어떤 것 혹은 사람이 우리를 그것으로 도로 데려간다.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탈출할 때 디뎠던 계단이 문득 폭포로 바뀐 것 같은 그런 시간의 미끄러짐은 본디 트라우마란 것이, 그리고 트라우마가 느끼는 시간이 무질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이 책에서 시도한 것처럼,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나아왔는지 재어보기 위해서 과거를 재방문할 때도 있다. 닫힌 것이 다시 열린다. 가끔은 우리가 그것을 새로이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새로이 수선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다시 열린다. p.299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책 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이 책은 내가 걸려 넘어진 돌들로 지은 성입니다.”
리베카 솔닛 첫 회고록 출간!

리베카 솔닛의 회고록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원제 Recollections of My Nonexistence)이 출간되었다. ‘맨스플레인’ 현상을 비판하며 단숨에 동시대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존재로 떠오른 솔닛의 첫 회고록으로, 우리 시대 가장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가인 솔닛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작가이자 활동가로서 각종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분투한 기록을 사적인 세계와 정치적 세계를 넘나드는 유려하고 아름다운 글로 담았다.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에서 솔닛은 집을 떠난 19세부터 지난 40여년을 되돌아본다. 지금은 전세계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존재가 된 그도 젊었을 때는 스스로를 세상에 없는 ‘비존재’(nonexistence, 非存在)라 느꼈음을 고백한다. 어리고 불안정했던 그가 자신의 존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서사’를 통해서였다. 그는 글을 씀으로써 사회에서 지워진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주고, 집단과 사회의 지배서사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솔닛이 자기 뒤에 오는 젊은 여성들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은 이 책은 그를 아껴온 독자뿐만 아니라 존재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사는 동시대 모두에게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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