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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런 책

최은영 두 번째 단편집 <내게 무해한 사람>

by 북몽키 2022. 10. 5.

전작 <쇼코의 미소>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하게 된 최은영 작가의 단편집이다. <쇼코의 미소>에서 보여주었던 타인과의 관계, 소통의 문제, 감정 전달의 문제 등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잘 보였다. 최은영 작가는 그런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있다. 

그의 작품들에 대해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별다른 갈등 요소가 없어서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의 작품들은 담담함을 넘어서 무미건조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로서, 그러한 주제들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감정에 기대게 되면 몰입을 방해하게 되고, 사건을 나열하게 되면 난잡해지기 십상이다. 그의 작품이 그렇게 무채색에 가까운 느낌인 것은 역설적이게도 본래의 색채를 더 잘 드러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쇼코의 미소>와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도 솔직히 좀 더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 그리고 그 관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 작품을 써 내려가는 동안 작가가 감정을 억누르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해설에서도 나온 것처럼, 울음을 참으려는 것처럼. 작가는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을 허용하지 못했다. 

내게 무해한 사람


작품들의 등장인물은 대체로 10대 후반~20대 중반 정도였는데, 사춘기를 지나기는 했지만 갓 성인이 되었거나 사회인이 된, 여전히 미숙하고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한 혼란과 불안감에 가족문제, 성장배경 혹은 개인적 성향 등이 더해져 불안정함은 더해진다. 

하지만 그것이 이미 과거의 것이 되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풀어지는데 온전히 풀린 것은 아니어도 차후에 완전히, 혹은 불완전하게라도 풀어질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각각의 작품들은 단지 불안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과거의 나, 내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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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지나온, 한 번은 어설프고 위태로웠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

《쇼코의 미소》 이후 2년 만에 펴내는 최은영의 두 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 2년 동안 한 계절도 쉬지 않고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며 자신을 향한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에 소설로써 응답해 온 저자가 일곱 편의 중단편소설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매만지며 퇴고해 엮어낸 소설집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 어떤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과거를 불러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사랑에 빠지기 전의 삶이 가난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대에게 몰두했지만 결국 자신의 욕심과 위선으로 이별하게 된 지난 시절을 뼈아프게 되돌아보는 레즈비언 커플의 연애담을 그린, 2017 젊은작가상 수상작 《그 여름》과 악착같이 싸우면서, 가끔은 서로를 이해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지나가는 밤》 등의 작품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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