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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런 책

팬데믹 이후의 인류에 대한 상상 <지구 끝의 온실>

by 북몽키 2022. 10. 25.

 『지구 끝의 온실』은 2055년부터 2070년까지 지구 전체가 먼지로 뒤덮여 인류가 삶의 터전을 잃었던 더스트 폴 이후 새롭게 재건된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식물학자인 아영은 연구를 진행하던 도중, 자신이 진행하던 연구와 관련한 제보를 받고 아디스아바바의 나오미와 아마라 자매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더스트 시대의 생존자였고, 더스트 폴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해독제를 만든 영웅이었지만 재건 이후 과학자들에 의해 ‘위험한 식물로 약을 만들어 배포했던 마녀’라는 오명을 쓰고 스스로를 고립시킨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영에게 더스트 폴 시대에 자신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전해준다.

 

더스트가 세상을 덮치자, 산업화 시대의 인클로저 운동을 연상시키듯 특권을 가진 사람들은 더스트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줄 ‘돔’을 만들고 그 안에 피신했다. 돔 밖의 사람들의 안전은 그들의 안중에 없었다. 돔 밖의 사람들은 더스트로 인해 생명을 잃었고, 그나마 더스트를 이겨낼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이른바 ‘내성종’들은 돔 안의 사람들에게 피를 뽑히는 등 생물학적으로 착취를 당한 채 버려졌다. 나오미와 아마라 또한 내성종이었고 이들은 착취와 도망의 삶을 반복하던 중, 돔에 속하지 못한 이들이 모인 ‘프림 빌리지’에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이 더스트 폴의 피해자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돔 안에 속한 군인들은 돔에 속하지 못한 이들을 죽이기 위해 인간이 만든 인간형 로봇을 활용했고, 더스트 시대의 희생은 더욱 늘어만 갔다. 게다가 더스트 폴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 또한 진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인간들이 초래한 결과였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그려낸 소설 <지구 끝의 온실>

다른 생물들은 놀라운 진화의 힘을 보여주며 더스트 시대에도 살아 남았지만, 그러지 못했던 인간들은 ‘결과를 알면서도 멸망으로 떠밀려갔다’. 그리고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돔에 속하지 못한 이들이 만들어낸 ‘프림 빌리지’와 같은 공동체가 연대의 힘을 발휘하자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깨닫게 해준다는 임무를 마치기라도 한 듯 사라지며 지구의 재건이 시작된다.

어딘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묘하게 겹친다. 더스트 시대는 팬데믹 시대와, 해독제는 백신과. '프림 빌리지'는 무엇과 겹칠까?

팬데믹의 폭풍을 거친 우리는 알고 있다. 팬데믹이 단순히 한 사람, 혹은 어느 한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 모두 일정 부분의 책임을 안고 있고, 우리가 편리하다고 생각하며 누렸던 것들이 팬데믹의 파급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던 것이라고. 우리 사회에 내재된 불균형과 결함은 재난을 통해 극대화되고 인류는 재난의 원인제공자로써의 어두운 내면과 마주한다. 

조만간 영화화된다고 하니 영화화되기 이전에 원본의 매력에 한번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장편소설)

책 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김초엽 첫 장편소설, 모두가 간절히 기다려온 이야기

이미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며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김초엽 작가는 더스트로 멸망한 이후의 세계를 첫 장편소설의 무대로 삼았다. 그는 지난해 말 플랫폼 연재를 통해 발표한 이야기를 반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수정하면서 한층 더 무르익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장 구성부터 세부적인 장면은 물론 문장들까지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지구 끝의 온실』이 2021년 8월 드디어 독자들을 만난다.

『지구 끝의 온실』은 자이언트북스의 네 번째 도서이다. 김중혁의 첫 시리즈 소설 『내일은 초인간』, 배명훈 장편소설 『빙글빙글 우주군』, 그리고 한국문학의 빛나는 일곱 명의 작가가 ‘즐거움’을 키워드로 쓴 단편소설을 묶은 앤솔로지 『놀이터는 24시』까지, 작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응원하며 가장 그다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해온 자이언트북스는 이번 주인공으로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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