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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런 책

우리 내면의 편견을 들춰내는 책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by 북몽키 2022. 10. 18.

비밀을 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때로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자기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그런 마음을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법의 잣대로 논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의 판옌중은 변호사로, 명확한 법의 세계에 속한 사람이다. 오래된 친구의 아들이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어 법률상담을 해주고 돌아오던 어느 날, 아내인 우신핑이 사라진다.

판옌중이 아는 대로라면 신핑은 따로 만나는 친구도 없는 데다가 부모는 이미 사망했다. 그러나 아내의 흔적을 좇으며 하나씩 알게 되는 아내의 조각들은 그가 알고 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 법률의 세계에 살던 그가 이제 마주해야 하는 것은 법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다. 거대한 무질서와 이상하게 작동하는 마음,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집어삼킬 만큼 거대한 비밀이다.

소설의 중심이 되는 건 판옌중이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서술자는 초반에 판옌중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초점이 맞춰지는 인물은 계속 변한다. 그럴 때마다 독자가 깨닫는 것은 무엇도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한 인물의 관점에서는 당연하고 합리적이었던 일이 다른 인물의 관점에서는 수상쩍고 이상한 일이 된다.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은 연기처럼 사라진 우신핑만이 아니다. 남편인 판옌중도, 신핑의 오랜 친구 오드리도, 신핑의 고향 마을에 살고 있는 쑹화이쉬안의 가족도. 책을 읽어나갈수록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간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라는 제목은 그래서 역설적이다.

“참 어렵다. 가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나도 모를 때가 있더라. 어떨 때는 사랑하고 어떨 때는 증오해.”
434p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책 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화차』와 『도가니』의 심상치 않은 결합
정세랑, 정희진 강력 추천!

“이 책을 읽고 우샤오러가 지금까지 썼고 앞으로 쓸 모든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대만의 서울대, 국립대만대 법학과 졸업 후
보장된 법조계의 삶을 거부하고 사회에서 호흡하기로 결심한 작가.
우샤오러가 내놓은 이 시대 최고의 문제적 미스터리.

동아시아 사회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작가 우샤오러의 장편 소설. 변호사 판옌중이 아무 비밀도 없다고 생각한 아내의 이면을 발견하고 파헤쳐가는 이야기다. 판옌중은 갑자기 실종된 아내 우신핑의 행적을 쫓다 우신핑이 과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우신핑의 생존을 바라면서도 원망한다.

우샤오러는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제작된 단편집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에 이어 장편소설 『상류 아이』까지 교육 및 부모 자식 사이 관계의 본질을 첨예하게 파고들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며 전 세계의 찬사를 받은 작가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우샤오러의 대표작이다. 변호사 판옌중의 아내가 갑작스럽게 사라진 사건을 시작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진실성을 다루는 묵직하고 논쟁적인 사회파 미스터리다. 우샤오러는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주제를 파헤치는 데 탁월한 작가이며, 사회평론가로서도 이름이 높기에 이 작품은 ‘우샤오러만 쓸 수 있는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독자들이 자기 내면의 편견을 들여다보고 사람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게 하며, 사회가 성폭력을 얼마나 깊은 편견으로 다루고 피해자를 재단하는지 바닥까지 파헤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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