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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런 책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위하여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김진명 에세이)

by 북몽키 2022. 10. 6.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첫 에세이집을 냈다길래 한달음에 읽었다.

이번 책을 읽으며 문득 깨달은 게 있는데, 소설에서나 볼 수 있다 여겼던 작가의 문체라는 고유한 특성이 에세이라는 글에도 묻어난다는 사실이다. 이전에 읽었던 에세이가 오밀조밀한 묘사와 섬세한 서술방식을 가진 감성적인 글이었다면, 김진명 작가의 글은 지금껏 내가 읽은 에세이 중에서 가장 굵직한 문체를 보여줬다. 

최근 감각적이고 아기자기한 감성을 기반으로 쓰인 책을 주로 보았기 때문인지 처음 1 회독하면서 그 거침없는 느낌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필사를 하며 다시금 찬찬히 살펴보니 문장의 흐름이 시원하고 강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와 함께 ‘흰소리’, ‘일망무제’와 같은 다양한 어휘와 표현을 배우며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깨달음 아닌 깨달음까지 얻을 수 있었다. 글의 맛을 살리는 핵심은 단어 즉, 어휘력이라고 생각한다. 언제쯤이면 이렇게 글의 맛이 진하게 우러나는 문장을 남길 수 있을까.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는 총 5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도 첫 번째 파트인 ‘내면의 힘을 키워라’와 네 번째 파트 ‘역사 속 이야기를 찾아서’가 좋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기에 눈길이 갔다. 

첫 번째 파트 내용 중에서도 특히 인문학을 대하는 작가의 관점에 공감이 갔다. 인문학이 세상일이 잘 돌아가는 데 의문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구하고 고뇌하는 학문이라는 설명에 나도 모르게 슬쩍 웃음이 났다. 다소 삐딱한 시선으로 안팎의 세계를 관찰하다가 할 말이 쌓인 사람들이 글을 쓰는 거라 생각하는데 그걸 콕 집어낸 느낌이었다. 

네 번째 파트는 몽유도원도에 얽힌 이야기, 고구려를 포함하는 우리나라 역사를 다뤘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는 예전에 저지른 실수와 잘못을 금세 잊어버리고선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 나 또한 그럴 때면 참으로 머쓱하고 민망하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조금만 더 우리나라가 지닌 옛 모습을 사랑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아래는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이 책에 대한 소개글.

누적판매 1500만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의 신작 에세이

김진명 작가가 살아오며 생각하고 경험한 것을 담아 엮어낸 책.
작가 필생의 숙제 고구려 집필에 앞서 이 책을 펴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반드시 전하고자 한다. 

성공에만 집착하지 말라. 
실패에도 나름의 철학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행복이 아닌 불행을 선택하기도 한다.

“짐승이나 벌레는 본능적으로 이기적이지만, 인간은 그 본능을 극복했기 때문에 ‘이기’를 넘어선 ‘이타’의 삶을 살아요. 인간은 또한 인간의 숙제를 풀었을 때 행복해요. 그 숙제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거예요. 인간은 반드시 행복만을 추구하지 않아요. 불행이 더 나을 때도 있어요, 그것이 의미 있다면요. 행복한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생각하니 인간이 위대한 거예요. 그리고 인간이 짐승이나 벌레를 넘어서게 하는 것이 바로 책이에요.”

2021.01.20. 독서신문 인터뷰 중에서

"내면의 힘의 반대는 외면의 힘이다. 공부를 잘한다, 인물이 예쁘다, 지식이 높다, 지위가 높다. 이런 것들이다. 우리 사회는 모두가 그걸 위해서 달려간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인간이 행복할 수 없다. 오히려 외면의 힘을 얻을수록 내면은 깨져간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때로는 과장되게, 때로는 거짓되게 살게 된다. 보통 이렇게 해서 외면의 힘을 얻는다. 내면의 힘은 그 반대다. 성실함, 진지함, 착함, 효도, 정의. 이런 것들은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내면의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각을 해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외면의 힘과 내면의 힘의 장단점을 보고 인식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갈 길을 선택을 해야 한다. 나는 부유하지 못하더라도 옳다고 믿는 걸 밀고 나가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런 인생을 살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스스로 세상을 읽고 판단하는 인식능력이 필요한데, 이건 오로지 독서에 의해서만 키워진다. 그러니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독서다.” 

2013.07.02. 채널예스 인터뷰 중에서 

"책은 단순한 지식·정보의 나열이 아니다. 책 속에는 쓴 사람의 정신이 들어 있다. 이 정신을 배우고 평가하고 자신과 견주어 볼 수 있다. 같은 지식·정보라도 인터넷과 책은 다르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뿌리 없는 지식이다. 책은 작가의 시각을 담아 배열해 놨다. 독서는 내면의 힘을 키워나가는 일이다. 이는 우리가 중요하다 여기는 돈, 지위, 지식, 외모, 권력과는 다르다. 진지함, 성실함, 숭고함, 정의로움, 선량함, 희생, 효 등을 말한다. 이는 인간에게 굉장히 필요한 것이다.“

2015.09.23. 중앙일보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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